기묘하고도 아름다우며 시적인 영화.
일디코 에네디 감독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. 일견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, 두 남녀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사슴 한쌍이 설원을 배회하는 서정적인 풍경이 교차하는 이유를 우리는 영화가 시작한 지 30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. 전자는 엔드레와 마리어의 현실, 후자는 그들의 꿈을 대변한다. 살아 있는 존재들의 죽음이 공기처럼 만연하는 두 남녀의 일상과 반대로 그들의 꿈은 아름다운 서정성과 생명력으로 가득하다. 잔혹함과 아름다움의, 꿈과 현실의, 육체와 영혼의 충돌과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기묘한 관계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예기치 못한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. 소통과 치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, 기묘하고도 아름다우며 시적인 영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