과연 나의 기억은 진짜일까.
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<예감은 틀리지 않는다>가 원작이다. ‘특별한 순서 없이, 기억이 떠오른다’는 소설 속 첫 문장처럼 영화는 개별 기억과 그것들의 총체로 보이는 역사가 때론 얼마나 허망하고 무력한 불확실한 것들의 총량인지를 말한다. 원작처럼 영화는 노년의 토니가 전 부인인 마가렛(해리엇 월터)에게 베로니카와의 과거사를 들려주는 한축과 현재의 시간이 뒤섞이며 진행된다. 토니에게 그 시절은 이제는 빛바랜 한때일지 몰라도 베로니카와 아드리안에겐 토니의 편지가 미래에 대한 예고가 돼 불행한 현실로 들이닥친 뒤였다. 무섭고도 잔인한 인생의 장난이라고 해야 할까. 역사학에 관심이 많았던 청년 아드리안이 라그랑주의 말, “ ‘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’ ”을 옮기던 장면이 어쩌면 이 이야기의 뇌관일지도 모르겠다.